[Day 158] 혼자 들어선 회당
6월 · 바람을 기다리는 법 | 약 3분 읽기

강하(江夏)에 도달한 이틀 뒤의 아침이었다. 공명(孔明)이 한 척의 배에 올랐다. 배의 방향은 동쪽. 목적지는 시상(柴桑)의 손권(孫權)의 회당이었다. 배에는 공명과 노를 젓는 사공이 있었다.
긴 강 안쪽에서, 공명의 배가 동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강의 폭은 넓었다. 한쪽 끝에서 반대편까지가 이십 리에 가까웠다. 그 이십 리를, 배 한 척과 와룡과 사공이 천천히 건너가고 있었다. 공명의 두 손에는 작은 종이가 들려 있었다. 강동(江東) 군신(群臣)의 이름이 한 줄씩 적힌 종이였다.
강동 시상의 부두에 공명의 배가 닿았다. 부두의 모서리에 노숙(魯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숙은 손권의 문관 중 한 사람이자, 유표(劉表)의 조문 사절로 한 달 전 유비(劉備)에게 와 있던 사람이었다. 공명과 노숙의 첫 만남은 이미 형주(荊州)에서 있었다. 오늘의 만남은 두 번째 자리였다.
노숙이 공명에게 고개를 숙였다.
"와룡 선생. 먼 길에 오셨사옵니다. 회당의 문 앞까지 이 사람이 안내하겠사옵니다. 회당 안쪽에는 — 오늘 아침, 열한 명의 문관이 앉아 계십니다."
공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열한 명이시군요. 그 열한 분의 이름은 제 손 안쪽의 종이에 적혀 있사옵니다."
부두에서 회당까지의 길은 짧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다. 걸음의 속도는 같았다. 호흡이 맞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침묵은 서로 다른 방향을 품고 있었다. 노숙의 침묵은 "이 분을 어떻게 손 공자에게 무사히 모셔 갈 것인가"에 담겨 있었고, 공명의 침묵은 "이 회당 열한 개 자리의 호흡을 어떻게 정돈할 것인가"에 담겨 있었다.
회당의 문이 저 앞에 보였다. 문의 폭은 넓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있는 폭이었다. 그러나 노숙이 문 앞 한 걸음에서 말을 세웠다. 그러고는 공명을 향해 옆으로 물러섰다.
"와룡 선생. 이 문의 안쪽은 — 선생 한 분의 자리이옵니다. 이 사람은 문 바깥쪽에서 기다리겠사옵니다."
공명이 노숙을 돌아보았다. 노숙의 물러섬은, 오늘 아침의 회당이 어떤 자리인지를 단번에 알려 주는 물러섬이었다. 손권의 회당 안쪽에서, 오늘 아침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었다. 그 결정의 한가운데에 공명 혼자 서야 한다는 뜻이었다.
공명이 호흡을 들이쉬었다. 들이쉰 호흡이 가슴 안쪽에서 깊게 가라앉았다. 그러고는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문 안쪽에서, 열한 명의 문관이 이미 앉아 있었다. 한가운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비어 있는 한가운데로, 공명이 한 걸음씩 걸어 들어갔다.

회당 안쪽의 공기는 조용했다. 아침의 햇살 한 가닥이 회당의 동쪽 창을 건너 들어오고 있었다. 그 햇살 안쪽에, 열한 개의 얼굴이 있었다. 각각의 얼굴이 공명을 바라보았다. 열한 번의 시선이 한가운데의 자리로 모였다.
공명이 한가운데 자리 앞에 도달했다. 그러나 앉지 아니하였다. 앉기 전에, 그는 열한 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개의 각도는 깊지 아니하였으나, 얕지도 아니하였다. 중간의 각도였다.
"와룡 제갈공명, 강동의 열한 분 선생께 인사를 올립니다."
공명의 말이 회당 안쪽의 공기를 조용히 정리했다. 열한 명의 문관이 공명의 인사를 받았다. 그들 중 장소(張昭)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머지 열 명도 각각 머리를 움직였다.
공명이 비어 있던 한가운데의 자리에 앉았다. 방석은 조금 낮았다. 공명의 키가 열한 명의 키보다 한 뼘 낮게 내려앉는 자리였다. 그 한 뼘의 낮음은, 오늘 아침 회당의 예의 규칙이었다.
문 바깥쪽에서 노숙이 조용히 회당의 문을 반쯤 닫았다. 아침의 햇살이 문의 틈으로 한 줄기 들어왔다. 그 햇살의 끝이 공명의 부채 위에 닿았다.
공명의 부채가 조용히 들어 올려졌다. 부채의 끝이 회당 한가운데의 공기를 가볍게 건드렸다. 열한 명의 시선이 그 부채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Book 6의 다섯 번째 아침이 시작되었다. 회당의 열한 명 한가운데에, 와룡이 혼자 앉아 있었다. 오늘 아침의 한 결이, 내일의 긴 봄까지 이어질 결정의 첫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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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
회당 한가운데에 혼자 앉는 아침이, 한 생에 한 번 있지요. 그 한가운데의 한 뼘은, 주변 열한 개의 자리보다 조금 낮을 수도 있사옵니다. 그 낮음이, 오히려 결정을 이끌어 내는 예의 규칙이 되는 자리가 있지요. 오늘 아침 당신의 한가운데에는, 어떤 낮음과 어떤 단단함이 함께 있으신지요. 그 두 높이의 사이에 조용히 앉아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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